나의 이야기/일기

좋은 부모의 제 1의 조건

아웃사이더, 그리고 리베로 2016. 8. 1. 07:33

- 배드민턴 치러 갈 사람??

 

며칠 전에 경훈이가 배드민턴을 사 달라고 해서 흥쾌히 하나를 구입했다

밤에도 칠 수 있게 불빛이 나는 야광셔틀콕도 함께

하지만 사실, 경훈이의 흥미를 의심치 않는 건 아니다

 

' 이걸 사주면 경훈이가 열심히 치며 놀 수 있을까? '

 

지난 번, 자전거도 마찬가지

'잘 하고 싶은 마음' 이 잘 못했을 때 '비난받고 창피당할 수 있다' 는 마음 앞에서 주저 않는다

이 모습을 보면 사실 안타깝지만

난 누구보다 그런 마음을 알기에 기다릴 수 있다

내가 아니면 누구도 기다릴 수 없을 테니까

 

오랜만에 아내와 배드민턴을 치며 땀을 흘린다

하루종일 일을 하며 비오듯 땀을 흘렸지만, 이건 다르다

땀의 종류가 서로 다르고, 그 흐름이 주는 느낌도 다르다

 

얼마 뒤, 생각대로 경훈이가 내려왔다 (경연이는 여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중이다)

경연이는 언제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

부모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 네 멋대로 해라!!

 

나의 가훈과 잘 맞는다

 

경훈이가 내려 왔지만, 사실 걱정이 앞선다

 

- 엄마, 아빠!! 잘 친다!!

 

이미 주눅이 들어 있는 듯 하다. 그렇게 경훈이와 쉽지 않은 배드민턴이 시작된다

 

- 아이!! 왜!! 이게!!

 

혼자 말을 중얼거리며 투덜댄다.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았지만 짜증이 심하다

그런 짜증에 나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아니 사실 모른 척 하는 거다

(이것이 최고의 방법임을 나는 깨달았다)

 

그렇게 20여분 정도 경훈이와 함께 했다

결국 경훈이와의 운동은 짜증으로 끝났지만,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다

실제로 경훈이는 나와 함께 배드민턴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 데 화가 난다

그 탓을 남에게 돌린다

 

비겁하다

 

- 경훈이가 짜증나는 게 아빠 탓이야?

- 아빠가 계속 멀리 치잖아!!

 

참고로, 나는 경훈이가 최대한 잘 칠 수 있는 높이로, 속도로 공을 보내주었고, 그럴만한 실력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짜증나고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

특히나, 자기 아이들의 이런 점을 관찰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좋은 부모의 제 1의 조건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걸 하지 못하면 ...

부모와 다른 어른과의 차이는 별반 큰 차이가 있다고 , 나는 말 할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