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일기

지금말고 조금이따 통화할께요

아웃사이더, 그리고 리베로 2020. 2. 6. 20:40

 

1

 

분명 경연이는 이렇게 말했다

 

울먹이며 전화를 끊는 그의 말에 울컥했지만

곁에서 소리지르는 경훈이를 바꿔달라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봐야 잠시뿐

멀리 있는 아빠가 당장의 위험에서 구해줄수 없음을 그도 잘 알고 있다

 

도와줄수가 없다

 

이제 3학년이 되는 경연이다

키는 125가 되기 전이고 몸무게도 27키로에 닿을랑 말랑

또래보다 몸이 한참 작지만 그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그 마음의 무게는 결코 작지 않음에서 다시금 나는 신의 공평함을 본다

 

2

 

새벽 3시20분

이때 일어나 가볍게 운동을 하고 샤워하고 출근을 하면서 김밥을 먹는다

4시40분쯤 주차장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 30여분 동안 차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거나 잠을 잔다.

이 시간에 , 이 곳에 차를 대야 퇴근이 편하다

집 갈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선다

 

3

 

어김없이 새벽에 몸을 일으키고 거실로 향하는데

아니 왠걸

경연이방 (원래는 내 방이었는데 ㅠㅠ)에 불빛이 머문다

이제껏 경훈이방애서 새벽등을 본 적은 더러 있었지만 ... 요녀석봐라 새벽 3시까지!!!

 

컴퓨터는 켜져 있고 너튜브 역시 무한 재생 중

아직은 9살 요녀석은 정신이 몽롱한지, 졸음에 취한 건지...

암튼 온전하지 않은 정신으로 나를 멍하니 쳐다만 본다

 

- 지금이 몇 신줄 알아!! 이게 정신 나갔나!!

 

갑자기 소리 질러대는 나를 올려다보는 그 눈망울이

그 두려움에 가득찬, 그 생기 가득찬 눈망울이

어쩜 그리 아름답고 영롱하던지...

하마터면 울컥할 뻔 했다

 

4

 

전화 너머로 들리는 고함소리

그건 내가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일테다

지금 경연이의 마음은

새벽에 내게서 느꼈던 그 두려움 그대로와 다를바 없다

 

그래서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