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그리고 리베로 2013. 7. 17. 10:19

어제 밤 집에 들어가니 어둠이 가득이다

거실 식탁 위 향초가 그나마 집 안을 어둠에서 막아내고 있는 모습이다

향 내가 참 좋다

안혜와 내가 참 좋아하는 향이다

 

경연이가 칭얼거린다

더운건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울어댄다

경연이를 안고 토닥여 보지만 쉽지 않다

기분이 영 별론게 평범한 방법으론 안되겠다

 

안고 밖으로 나간다

나와보니 잠옷 차림이네 ㅠㅠ

에이 뭐 밤 늦은 시간인데.. 그냥 나선다

비록 습기 가득한 바람이지만 그래도 시원한 게 경연이 울음을 그칠 만 하다

가만히 토닥거려 잠이 들만 하다가도 휘익 불어오는 바람에 눈이 번쩍 떠지니 고맙고도 야속하다

30분간 신나게 토닥였지만 결국 성과 없이 집으로 향한다

 

멋지게 성공해서 안혜에게 넘겨 주려 했건만 ㅠㅠ

 

그래도 포기는 없다

이집트 왕자에 영혼을 뺏기고 토마토와 감자에 육체를 뺏겼다

서서히 내 몸에 기대오는 게 ... 이 놈 ㅎㅎ

 

그럼 나도 같이

슬슬 스러진다

이내 내 작전을 알아차린 건지 감자를 쥐고 내게 달라고 떠 민다

짜식....

결국 졸린 지 안방으로 뒤뚱뒤뚱 걸어간다

샛눈을 뜨고 보니 너무 웃긴다 ㅎㅎ

 

그렇게 나도 깜빡 잠이 들고 일어나니 2시

경훈아 우리 내일 새벽에도 바둑놀이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알람이 울린다

'경훈아...5시야. 샤워하고 바둑 놀이 하가?'

'...'

'그럼 아빠 혼자 샤워하고 공부하고 있을께 이따가 와'

 

6시가 다 되어서야 경훈이가 내 방으로 들어선다

'몇 시에요?'

'6시네. 오늘 늦어서 바둑은 못하고 아빠 출근해야 겠다'

 

못내 아쉽다

경훈이 표정이

못마땅한 지 투정을 부려 댄다

 

나도 아쉽다

내가 더 아쉽다 너와 함께 하는 그 시간

 

출근을 하려하니 경연이가 달려 든다

눈치는 이미 9단

한바탕 울음 소리를 듣고 집을 나선다

 

아이들이 있어 정말이지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