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햇볕이 없는 시간. 경훈이가 이불을 개고 있다. 경연이도 함께 하자고 나서본다. 둘이여서 정말이지 다행이다>
<예체능단까지 걸어가기 도전!!>
<한시간만에 도착한 예체능단. 이 곳까지 오면서 경훈이는 단 한번도 쉬지 않았고 지루해 하지 않았다>
<농구장 앞 벤치에 앉아 초코바로 허기를 달래본다>
<지난 주에 경훈이에게 사준 등산화. 89000원 이라는 돈을 지불하며 '복은 검소함에서 온다' 는 문구를 수차례 생각해 보았다.
얼마전 두 녀석을 데리고 계양산 정상까지 등산하며 꼭 등산화가 있으면 사 주고 싶었던 터라 과소비를 했음에도 합리화를 시켜 본다>
<오는 길은 버스 여행. 경훈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오늘 할일을 경훈이와 주욱 써본다. 이렇게 써 놓으니 무엇을 할 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
<따라쟁이 경연이 ^^>
<이거를 어디에서 구했을까 ㅠㅠ>
<집채만한 몽둥이(?)를 들고 경연이는 어디로 ^^>
일요일
얼마 전부터 경훈이에게 물어 왔다
'경훈아! 이번 빨간날에는 우리 뭐할까?'
경훈이는 대뜸 예체능단까지 걸어가자고 했다.
듣는 순간, '이 놈이 거기가 어딘 줄 알고'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전혀 아무 문제 없는 듯한 표정으로 '그래. 대신 오래 걸어야 하니까 이번에 새로 산 신발 신고 가자'
그렇게 일요일 아침 6시30분
미리 준비한 물과 초코바 3개를 들고 경훈이와 걷기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래 걸어야 한다는 나의 으름장에도 개의치 않고 경훈이는 너무도 신나게 걸어 주었다. 오산시청까지 절반. 큰 도로 옆을 따라 걷는 지루한 길이었지만 우리는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산시청부터는 스토리가 있었다. 조금 가면 소방서가 있었고, 책 빌리러 다니던 중앙도서관도 있다.
나는 경훈이에게 이런 말을 잘 해 준다.
'경훈아! 거북이처럼 쉬지 않고 계속 꾸준히 걷다보면 언젠가 경훈이가 목표하던 곳이 쑥 하고 나타난다' '도서관도 그렇게 경훈이 앞에 나타날걸' 그렇게 조금 걷다보니 정말로 경훈이 앞에 도서관이 나타나 주었다. 경훈이는 좋아라 했고 환히 웃었다.
그렇게 운천초등학교 까지 80% 여행을 마칠 무렵. 경훈이가 갑자기
'아빠! 나 여기 알아요. 저 쪽길로 가면 예체능단이 갑자기 쑥 나올거에요. 아빠는 모르지요?' '어, 아빠는 모르는데. 그럼 경훈이가 앞장서봐'
경훈이는 거의 뛰다시피 앞장을 섰고 그렇게 코너를 돌며 불쑥 나타난 예체능단을 가리키며 내게 소리쳤다. 그 해맑음이란..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이고 표정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정확히 한 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서 예체능단에 도착했다.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지루해 하지 않고 경훈이는 잘도 걸어 주었고, 우리의 기념사진도 이렇게 완성되었다.
버스로 대신한 집으로 오는 길. 2시간의 여정이 마치는 순간. 경훈이는 안혜에게 자랑스레 이야기했고, 안혜는 크게 칭찬해 주며 반겨 주었다.
다른 이렇게 또 하나의 스토리를 쓰고 행복을 만들었다.
오늘은 안혜가 친구들을 만나러 아이들을 집에 두고 서울에 가는 날
안혜가 행복을 찾아 가는 선택을 나는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아침을 먹고 청소를 하고 경훈이는 아빠와 하고 싶은 것들을 주욱 적어보자고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아이와 미션을 수행하며 점심은 짜파게티 2개 1700원으로 때운다 ㅎㅎ
점심 먹기 전 경연이가 거의 2시간을 자 준 것이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
점심 먹고 간식먹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아이스크림 먹다 보니 어느덧 안혜 올 시간. 역 앞에서 안혜를 기다리다 아이들은 모두 잠들어 버린다. 그런 잠든 아이를 보며 안혜를 맞이하니 안혜는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냐' 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오랜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