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그리고 리베로 2014. 4. 27. 20:45

 

 

 

 

 

체벌은 내겐 언제나 괴로운 부분이다

대부분의 육아 서적, 또는 교육관련 서적에서 체벌을 금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바른 어른이 되고자 노력하는 입장에서 체벌을 지속하고 있는 내게는 참으로 달갑지 않은 부분이다

 

오늘 오후

경훈이와 윷놀이를 하는 상황

시작하기 전 경훈이와 확실히 약속을 받아 놓긴 했다

지더라도 짜증내지 않기, 고집부리지 않기 등

 

그렇게 시작

몇 번 윷을 놀지 않았는데 경훈이의 투덜거림

 

- 왜 '도' 만 나와!!

 

불안하지만 계속한다. 그 때

 

- 이 걸로 계속 해야지요!

- 그게 무슨 소리야?

- 이걸 잡았으니까 이 걸로 먼저 해야지요!!

 

경훈이 말을 내가 잡았는데.. 그 다음에 나온 걸로 '그 잡은 말' 을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거였다

사실 올바른 규칙이 아니었지만 경훈이가 그렇게 알고 있다면 믿어주되, 다음부터는 올바른 규칙으로 하자고 하고 넘어가줬다

 

그런데 다음 순간

 

- 이걸로 '모' 랑 '개' 를 모두 해야지요!

- 그게 무슨 소리야? 하나로 '모'를 하고 다른 하나로 '개' 를 해도 되는데...

- 안돼요! '모' 랑 '개' 를 하나로만 움직이는 거에요!!

 

갑자기 화가 났다

경훈이가 이미 알고 있는 규칙임에도 불구하고 이기기 위해 규칙을 바꾸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너 알고 있는데 일부러 이기려고 규칙 바꾸는 거지!

- 아니에요!!

- 뭐가 아니야! 너랑 이제 윷놀이 안해! 알았어!

 

그렇게 자리를 박차는 순간 갑자기 윷 하나가 내 다리로 날아들었다

경훈이가 화를 주체하지 못해 내게 윷 하나를 던진거다

 

지금껏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던 터라 나는 굉장히 화가 났다

경훈이를 안방으로 데리고 가서 손으로 엉덩이를 한 20대 가까이 엄청 세게 때린 거 같다

마음 같았서는 몽둥이로 제대로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많이 참아서 손바닥으로만 때렸다

 

경훈이는 내가 이제 자기랑 놀지 않겠다는 말에 너무 화가 났다고 한다

화가 좀 풀리자 나는 나름 화를 가라앉히고 차분히 경훈이와 대화를 시작한다

 

- 그래.. 경훈이 말대로 경훈이가 정말 규칙을 그렇게 알고 있었다면 그건 아빠가 사과한다. 그런데 아빠가 정말 화난 거 두 가지 때문인데

- 하나는, 경훈이가 화가 난다고 씩씩하게 이야기 하지 못하고 또 징징거리며 짜증을 낸 건 때문이고

- 다른 하나는, 경훈이가 아빠에게 물건을 집어 던졌다는 거 때문이야

 

경훈이는 다행히 수긍하는 듯 했다. 마침 경훈이 예체능단 친구 가족과 저녁 식사가 예정되어 있던 시간이 다가왔지만

나는 게이치 않았다. 경훈이와 이 순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 지가 가장 중요했다

 

- 지금 경훈이 저녁 약속이 있는데.. 나갈 수 있겠어? 괜찮겠어?

- 조금 자고 갈래요!

- 그래? 그럼 얼마나 자고 갈까?

 

첫 만남인데 .. 자고 가고 싶다는 말에 사실 망설여 졌다. 그래도 경훈이가 마음을 추스리고 함께 가줬으면 하는 바램이 앞서고 있음이 노골적으로 느껴졌을수도 있겠다

경훈이는 그냥 저녁 먹으러 가자고 했고, 친구와 잘 놀고 짜증부리지 않고 잘 있어 줬다

 

신이 내게 내 주신 문제 하나를 오늘도 아이와 함께 풀어 나갔다

참으로 고마운 시간, 고마운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