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근로자 206일째
새벽에 형님께 또 글을 쓰게 되어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만, 얼굴을 보면 이런 얘기를 할 수가 없고 또한 마음이 그러하니 어쩔수가 없습니다
제가 어제 금철이형과 오후에 2시간 가량 인력으로 파이프 옮기는 작업을 했어요. 작업 전에 작업 내용을 오 반장님께 이야기하는 금철이형 목소리 듣고 바로 김 주임이랑 통화했습니다. 하지만 작업 지시를 내린 김 주임의 대답은 ' 그럼 오반장님을 시킬까...' 였어요. 그 대답을 듣고 다시 한 번 노가다와 사무실의 생리를 느끼며 픽 웃음이 나왔습니다. (물론 김 주임을 비하한 건 절대 아님)
제가 금철이형과 다툼이 있고 불과 몇 일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일을 함께 하게 된 것에 대해 형님의 '참지 말라' 는 격려도 있고 해서 다시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절대 금철이형과 일 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 있으면 바로 형님에게 전화해서 금철이형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할 것 입니다
그것으로 인해 오 반장님이 제 일을 대신하더라도 저는 오 반장님의 일을 뺏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제가 금철이형과 힘 겨루기 하는 듯 하지만, 피래미 조공 입장에서 그런 것이 아님을 형님은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혹여나 형님께서 잠시의 인연과 저에 대한 동정 등으로 '일' 을 함에 있어 피해를 보지 않기를 저는 정말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금철이형과 일을 마주하게 된다면 저는 바로 귀가 조치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제 있었던 일화 하나 적습니다. 그저 '막연히' 알고 있는 거와 '구체적' 으로 알고 있는 건 다르기 때문에 마치 고자질 하는 것 같지만 적습니다
어제 오전에 동물병원 터파기를 하고 있는데 금철이형이 와서 오반장님께 차를 좀 쓰자고 하며 자기 차를 가지고 와서 포터를 끌고 갑니다. 조금 있다가 터파기가 끝나고 장비는 빵꾸를 때우기 위해 자리를 비우고, 우리는 짐을 챙겨 치과병원 쪽으로 옮기려 했는데... 금철이형 차에 키가 없었습니다. 어제 바람이 그리 불고 날씨도 쌀쌀했는데... 혹여나 잠시 바람 피할 곳이라고는 차 뿐인데... 일부러 키를 빼 간 겁니다
글이 길었어요
새벽에 쓰고 보내는 건 아마 출근 바로 전 일 겁니다
아침부터 머리 아프게 해서 미안하게 됐어요
하지만 저 역시 오래 참아 왔습니다
이따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