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일기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웃사이더, 그리고 리베로 2015. 10. 1. 05:42

 

안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적고 군더더기가 없는게 아마도 경연이 같다

화장실 문을 열고, 옷을 내리고 꼬추를 쭉 빼고 , 가끔을 힘을 주다 방구도 뀌는

그 모습이 하나하나 머리에 그려진다

 

그렇게 자기 볼 일 다 보고

내 방으로 온다

얼른 불을 끄고 작은 스탠드를 켜 보지만 그래도 눈이 부신 건 어쩔 수 없다

짜증 없이 내게 안겨 뽀뽀를 해 주는 아이는 정말이지 천사 인 듯 하다

 

- 나 아빠랑 같이 잘래요

 

경연이 손을 잡고 끌려간다

보석 같은 새벽 시간을 잃게 생겼지만 후회가 없다

이불 속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라면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 경연아! 아빠가 회사 갔다 올께요?

- 조금만 자고 일어나면 되잖아요

- ...

 

말이 많이 늘었다

이런 말 할 때면 큰 아이 같다

 

- 경연아! 아빠, 정말 회사 갈께요?

- 음...나랑 빠빠 안 했잖아요!!

 

결국 쪼르르 다시 따라나온 경연이와 나는 늘상 하는 의식을 치른다

뽀뽀를 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 빠빠이를 외친다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누르며 가슴이 뭉클하다

 

내가 이런 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나...

 

아이는 그저 '아빠' '엄마' 라는 이름으로 나를 '사랑' 해 주는데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돌려줘야겠지

다른 누군가에게, 자연으로, 사회로

 

돌려줘야겠지

 

그것이 순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