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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훈이가 다쳤다
    나의 이야기/일기 2018. 3. 13. 06:31

    경훈이가 다쳤다

    이미가 찢어져 피가 생각보다 많이 났다

    상처를 입고 10여분을 방치하고 있던 터라 피가 얼굴에 가득했고 양 손에도 피로 물들었다

    아파서 라기 보다 많은 피를 보아서 놀랐을 것이다

     

    경연이는 그런 형을 보고 역시 놀랐을텐데

    차에서 밴드를 주워서 주머니 속에 있었더라며 철철 흐르는 상처에 어설프지만 밴드를 붙여놓고 있었다

    열심히 내게로 달려와 형이 다쳤다는 소식을 전한 것도 경연이의 몫이다

     

    나는 뛰어갔다

    멀리서도 경훈이는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전혀 당황하지는 않았다

    경훈이가 많이 다치지 않았을거라 확신이 있었다. 혹여 다쳤더라도 금새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나를 바라보는 경훈이의 얼굴을 보고 내심 놀랐다

    피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났기 때문인데 막상 주위에 피를 닦을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 경훈아! 괜찮아! 통증은 좀 어때? 지금 아파 , 안아파?

    - 아프지는 않아요

     

    내상이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찢어진 이마의 피는 이미 지혈이 된 상태였고, 지금 경훈이를 아프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피 때문일 것이다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자 그 피를 보고 엄마가 놀랜다

    얼굴을 깨끗이 닦고 정확히 어디에 상처를 입었나 확인을 해보니 이마 정중앙이 생각보다 깊게 패여 있다

    보드는 타고 내리막길에 내려오다 작은 돌맹이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진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건 내 탓이다

    내랑 함께 있던 중간에도 내리막길에서 보드를 타는 것을 나는 응원했었다

    항상 조심성 많은 경훈이를 오히려 더 해보라 부추긴 쪽은 나였다

    사실 내가 그런 것인데 경훈이는 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사고가 난 지점부터 아버지 집까지는 걸어서 3분 정도

    걸어오는 내내 경훈이를 격려하고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상처를 위로하고 금새 나을거라 위안을 주었다

     

    경훈이는 내내 울음을 삼켰다

     

    가까운 응급실에서 1차 치료를 끝내고 깨진 안경을 버리고 새 안경을 맞췄다

    오늘아침에는 학교 대신 병원으로 가봐야 할 테다

    얼핏 보기에도 십 여 바늘은 꿰매야 할 듯 싶다

    기술이 좋으니 흉터가 그리 크게 남지는 않겠지만...

     

    삼킨 울음이 경훈이 마음을 더욱 성장시킬 것이다

     

    신은 공평하니까

     

    일주일 시작이다

    열심히 일하고 일요일에는 경훈이와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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