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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니와 여행길
    카테고리 없음 2023. 6. 26. 21:36



    1

    이번 주말
    후니와 템플스테이 여행을 다녀왔다
    나의 첫 템플스테이를 후니가 함께 해 준 것이다
    지금껏 지니의 눈치를 보며 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제는 내 멋대로 ... 아이들과 할 예정이다
    구지 하기 싫다는 사람과 발맞춰 나갈 , 그런 마음이 내게는 없다

    2

    금요일밤도 숙소에서 보냈다
    숙소는 나를 눈치보지 않게 하고, 나를 담대하고 강인하게 해준다
    새벽 3시30분에 일어날 수 있게 나를 떠 밀고
    그런 새벽을 맞이하며 책을 읽고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에게 이런 혼자만의 공간은 정말 꼭 필요한 것이었다

    5시40분쯤 공장을 나온 듯 하다
    오랜만에 화장실 청소를 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공헌감이 행복이 된다
    가정에서는 못했지만 사회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다
    LG를 나올때도 같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결국 난 언젠가 혼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

    후니는 약속대로 7시에 일어나 주었다
    옷을 입고 준비하는 대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1박2일 여행이 시작된다
    햄버거를 사고 QM 이 달린다

    개인적으로 이 차가 무척 마음에 든다
    조용하면서 힘도 좋다
    SUV이지만 크지 않고
    LPG라 소음이 적고 , 유류비도 절감할 수 있다
    스타트는 느리지만 차가 잘 나가는 편이라
    내가 가고 싶은 만큼 가주고 서고 싶을 때 설수 있다
    단지 하나의 문제가 있다면 이 차의 주인이 지니라는 데 있다

    갑자기 정이 떨어지고 이번이 마지막으로 이 차를 타는 것은 아닐까
    물론 아닐 것이지만
    암튼 막연한 생각이 머리를 꽉 채운다

    4

    첫 여행지는 천장암
    최인호 작가님의 '길 없는 길' 의 배경이 되었던 그 곳으로 간다
    주말 오전이라 차가 막히는 것이야 당연지사
    큰 스프레스 없이 천장암에 도착한 시간이 9시가 조금 넘었다
    가파른 길을 걸어 경허스님이 수도하셨다는 작은 방을 열어 본다
    그 떨림이란 ...

    이런 작은 방에서 나와 같은 인간인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며 깨달음을 얻었을까
    그런 깨달음은 도대체 왜 얻으려 하는 걸까
    진짜 얻기는 얻어지는 것인가

    나 같은 사람이야 알 수가 없지만
    한자 공부를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

    후니와 다음으로 찾은 곳은 해미읍성
    예전에 가족 모두 왔었지만, 그 때는 축제기간이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었다
    너무 북적거렸고 , 도대체가 국수 한 그릇 먹고 연날리기를 쳐다만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 가니 국궁체험장도 있고 윳놀이도 잘해놨고, 투호놀이도 잘 만들어 놓았다.
    특히나 후니는 국궁을 잘 쐈다.
    나는 보호대를 차라는 이야기를 안해서 시위를 그냥 당기다보니 팔뚝에 계속 시위가 닿아서 벌겋게 달아올랐다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보다 내 생각대로 활이 나가주지 않았다
    고작 25미터 앞에 있는 과녁을 맞추지 못하는데, 도대체 90미터 밖에서 10점 과녁을 명중시키는 선수들의 실력은 정말 ㅎㄷㄷ

    6

    점심으로 육회비빔밥을 먹고는 개심사를 들러
    드뎌 서광사 템플스테이 장소로
    후니와 같이 쓰는 숙소는 너무 편했고
    우리는 안내를 받고 저녁공양을 드리고 예불을 올렸다
    그렇게 우리 예불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새벽예불에 참석한 가족은 오직 우리 뿐이었다

    7

    새벽예불을 마치니 시간이 어느새 5시
    해는 이미 중천이라 후니를 꼬셔서 부춘산을 한바퀴 돈다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르지만
    에라 모르겠다.. 그냥 걷고 또 걷는다
    얼마나 더 가야되냐고 투덜대지만 그래도 후니는 내 곁에 있는다
    산책을 마친 시간이 6시10분
    샤워 후 아침 공양, 그리고 또 잠시 취침 ^^
    쉬러 왔으니 확실히 쉬어줘야 한다

    그렇게 간월암을 들러 한과 체험을 마치고 할아버지 집에 가서
    갑오징어 회에 맛난 된장찌개까지...

    8

    밤10시가 넘어 도착했지만
    차에 붙은 벌레를 떼기 위해 세차장에 들렀다
    아내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기 때문
    세차 한 번 제대로 해보지 않은 아내에게 잔소리 듣기란 너무너무 싫고 짜증나는 일이다

    아버지댁에서 계란이며 햇감자, 김치 등을 싸 왔지만
    아내와 얼굴 한번 마주치지 않았다
    그저 함께 해준 후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이틀간 보지 못했던, 그래서 토요일 경기를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던 여니 볼에 뽀뽀를 하고는 바로 집을 나섰다

    숙소에 다시 와서는 12시가 다 되어 잠이 들고
    어김없이 3시30분에 일어났다

    마치 수행을 하듯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그렇게 약속된 돈을 갚고

    그렇게 나는 나의 길을 자유롭게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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