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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불행을 당했을 때
이것을 어떻게 마주하느냐가
삶의 방향을 결정 짓는 중요한 단서가 되어 준다
2
억울하지나 않았으면...
평소에 킥보드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위험하기 때문에 애들한테도 절대 타지 말라고 하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 (거의 2주만인듯)
밤12시가 다 된 시간
정말이지...너무나 빨리 가고 싶었다
좋은 자리였다
평소 좋아하던 시공사 동료 (나는 동료라고 부르고 싶다) 와 함께 했고
마무리도 좋았다
그들은 우리의 의견에 귀 기울여 줬고
처음 만난 팀장님도 괜찮았다
위트가 있고 진중함이 있었다
문제는 헤어진 이후에 발행했다
3
평소처럼
아주 일상적으로
사무실에 있는 차로 가기 위해 나는 자전거를 타야 했다
택시를 타면 편할 수 있지만
그 기다림을 나는 견딜 수가 없다
걸으면서 앱으로 자전거를 검색하는데..
오늘따라 자전거가 없다
문득 든 생각이
- 자전거가 없으면 킥보드라도 타야지
아이들이 기다리는 (사실 기다리는 지는 알수없다) 집으로 빨리 가고 싶었다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예상과 달리 한참을 걸었다
거의 사무실까지 오는 2/3지점까지
그러다 킥보드를 발견했다
술취해 정신없는 가운데서 앱을 깔고, 로그인을 하고, 결재수단을 등록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킥보딩이 시작됐다 (과거에 마등산을 내려오며 호기심에 타 본적이 있다)
4
정말이지 딱 100m 정도 됐을까
생각보다 킥보드가 힘이 없는건지, 내가 조작을 잘 못하는 건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았고
나는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 나름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 때
뒤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 킥보드 세워주세요!!
(뭐지)
경찰차를 보는 순간, 킥보드를 내려 세우는 순간, 경찰이 차에서 내려 내게 다가오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술 2잔을 마시고 , 초초하게 음주측정을 했다
0.051%
10만원 벌금에 면허정지 100일
아....
이게 뭔 일인지
지금껏 그렇게 음주상태로 차를 운전 해 왔으면서도 측정을 받아 본 적이 없는데
고작 2번째 탄 킥보드에서 , 그것도 고작 100m 를 달리고 '음주운전' 에 걸리다니....
억울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변할 수 없는 것에 마음 두는 편이 아니다
뒤를 돌아보는 편이 아니다
5
나는 이것을 '신호' 라고 생각한다
귀 기울이기로 했다
당분간 나의 애마는 운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늘 107,000km 를 나와 달려준 애마를 정비소에 맡겼다
그저 간단한 엔진오일 교환과 타이어 공기압 점검이었는데
왠지 마음이 짠했다
아내와 헤어지며
이 차와 헤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텐데도
나는 이 차와 헤어지지 못할 거 같다
이 차는 내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이 차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음주운전으로 서너번은 걸렸을 것 같다
정말 그랬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