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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주운전
    카테고리 없음 2024. 8. 23. 16:10

    1



    어떤 불행을 당했을 때

    이것을 어떻게 마주하느냐가 

    삶의 방향을 결정 짓는 중요한 단서가 되어 준다



    2



    억울하지나 않았으면...

    평소에 킥보드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위험하기 때문에 애들한테도 절대 타지 말라고 하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가진 술자리 (거의 2주만인듯)

    밤12시가 다 된 시간

    정말이지...너무나 빨리 가고 싶었다



    좋은 자리였다

    평소 좋아하던 시공사 동료 (나는 동료라고 부르고 싶다) 와 함께 했고

    마무리도 좋았다

    그들은 우리의 의견에 귀 기울여 줬고

    처음 만난 팀장님도 괜찮았다

    위트가 있고 진중함이 있었다



    문제는 헤어진 이후에 발행했다



    3



    평소처럼

    아주 일상적으로

    사무실에 있는 차로 가기 위해 나는 자전거를 타야 했다

    택시를 타면 편할 수 있지만

    그 기다림을 나는 견딜 수가 없다

    걸으면서 앱으로 자전거를 검색하는데.. 

    오늘따라 자전거가 없다



    문득 든 생각이



     - 자전거가 없으면 킥보드라도 타야지



    아이들이 기다리는 (사실 기다리는 지는 알수없다) 집으로 빨리 가고 싶었다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예상과 달리 한참을 걸었다

    거의 사무실까지 오는 2/3지점까지

    그러다 킥보드를 발견했다

    술취해 정신없는 가운데서 앱을 깔고, 로그인을 하고, 결재수단을 등록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킥보딩이 시작됐다 (과거에 마등산을 내려오며 호기심에 타 본적이 있다)



    4



    정말이지 딱 100m 정도 됐을까

    생각보다 킥보드가 힘이 없는건지, 내가 조작을 잘 못하는 건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았고 

    나는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 나름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 때 



    뒤에서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 킥보드 세워주세요!!



    (뭐지)



    경찰차를 보는 순간, 킥보드를 내려 세우는 순간, 경찰이 차에서 내려 내게 다가오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술 2잔을 마시고 , 초초하게 음주측정을 했다

    0.051%

    10만원 벌금에 면허정지 100일 



    아.... 

    이게 뭔 일인지

    지금껏 그렇게 음주상태로 차를 운전 해 왔으면서도 측정을 받아 본 적이 없는데

    고작 2번째 탄 킥보드에서 , 그것도 고작 100m 를 달리고 '음주운전' 에 걸리다니....

    억울했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변할 수 없는 것에 마음 두는 편이 아니다

    뒤를 돌아보는 편이 아니다



    5



    나는 이것을 '신호' 라고 생각한다

    귀 기울이기로 했다

    당분간 나의 애마는 운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늘 107,000km 를 나와 달려준 애마를 정비소에 맡겼다

    그저 간단한 엔진오일 교환과 타이어 공기압 점검이었는데

    왠지 마음이 짠했다



    아내와 헤어지며 

    이 차와 헤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텐데도

    나는 이 차와 헤어지지 못할 거 같다

    이 차는 내게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이 차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음주운전으로 서너번은 걸렸을 것 같다

    정말 그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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