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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정리 편지 - 배유안
    나의 이야기/오산좋은아빠모임 2014. 6. 26. 05:21

     

    초정리 편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장운이, 덕이와 반가웠던 탓인가. 책을 펼치고 단숨에 빠져든다

    가난 때문에 유일한 피붙이 누이를 떠나야만 했던 장운이의 슬픔이 몸을 감돌고, 열 다섯, 열 둘 두 아이를 곁에 두고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아비의 심정이 마음 가득이다. 얼마 만에 보는 누이를 위해 돌거북을 만드는 장운이의 마음, 잠잘 시간을 쪼개 버섯을 만들었을 덕이의 마음에 마음이 애틋하다

     

    저 멀리서 서로의 마음을 전해준 것. 서로 외로움과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것은 토끼눈 할아버지가 알려준 한글이었다. 할아버지에게 배운 한글로 장운이는 편지를 쓰고, 이를 통해 멀리서도 서로의 생각을 읽어가며 그 힘든 시간을 희망으로 옮겨 놓을 수 있었다.

     

    "인마, 글이라는 게 아무나 쓰는 게 아니야. 양반이나 우리 같은 중인은 되어야 쓰는 거지. 너같이 노비 출신이 글은 무슨 글이냐? 웃기게."

    "그 글자는 백성들 누구나 다 쓰라고 만든 거예요."

    (중략)

    "글자라는 게 한자처럼 점잖고 어려워야 글자지, 아무나 다 쓰면 그게 무슨 글자냐?"

    "누구나 다 쓸 수 있으면 좋잖아요."

    "좋긴 뭐가 좋아? 양반 상놈 구분도 안되게. 그리고 양반 들은 그런 거 안 써. 평생 배워 온 진서가 있는데 뭐 하러 그까짓 걸 새로 배우냐?" (초정리 편지 p.152 중에서)

     

    이미 진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지 쉬운 한글을 반포하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마음은 어디에서 발현되었는가? 백성 누구나 쉽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서 표현했으면 하는 바램은 도대체 어디서 생겨나는가?

     

    - 아이고 신 선생님, 요것이 어쩌크롬 된 일이시당가요. 한 권만 부탁디린 것인디 세권 썩이나 허셨으니 그간에 얼매나 많이 밤잠 못 지무시고 고상허셨는게라. ....

     

    신세호는 공허의 그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간에 고생해 온 보람을 확인하는 동시에 가슴이 찡 울리는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저 승려는 어찌 저리도 감동하는가... 자기의 잇속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일에 진정으로 감격하는 그 모습에서 신세호는 난생처음으로 가을하늘처럼 맑고 신새벽의 바람결처럼 신선한 인간의 순수를 느끼고 있었다. <조정래 저 아리랑 5권 중에서>

     

    '아리랑' 이라는 대하소설에서 조정래 씨의 글을 빌리자면 그것은 '인간의 순수' 로 부터 발현된다 할 것이다. 세종대왕은 자신의 열정과 에너지, 자신이 가진 정보를 사적이 아닌 공적으로 승화시킨 게 아닌 가 생각해 본다.

     

    우리는 과연 순수한 인간인가? 우리의 아이들은 어떠한가?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그러한 순수함을 잃었던가?

     

    그저 묵묵히, 부지런히 자기의 삶을 살아온 장운 곁에 윤 초시 어른, 점밭 아저씨, 갑출이 형님 등의 좋은 어른이 있어 참 다행이다. 나도 언젠가 이들과 같은 좋은 어른, 바른 인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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