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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근로자 99일째나의 이야기/일기 2014. 10. 14. 20:22
가만히 보면 어느 조직이든, 어느 업이든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 이 참 많다
여기서 '일을 잘한다' 는 기준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용접을 한다면 '(용접) 일을 잘 한다' 가 될 것이고 배관을 한다면 '(배관) 일을 잘 한다' 가 될 것이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은 그 일을 빨리, 정확하게 해 낸다는 것이다
규정을 지키면서 빠르게 일을 해 나가면 .. 그것이 잘 하는 것이다
오늘 일을 하면서 나는 이야기 했다
- 10센치를 더 낮춰야 나중에 정확히 맞을 것 같은데요
- 10센치 정도면 나중에 지반이 침하되는 것을 감안하면 문제 될 거 없는 수준이라 괜찮아
- 네. 알겠습니다
한 시간의 작업 후 결국 10센치가 높아지자
- 문제가 되니까 20센치 짜리 인상분 하나를 빼고 대신 벽돌로 10센치를 올리자
여기서 발생된 문제가 여럿 있는데
- 일단,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지 못했다
- 그로 인해 불필요한 재작업을 실시했고
- 따라서 약 1시간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으며
-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규정에 맞지 않는 공법을 사용했고
- 그러면서 '노가다방식' 이란 이런 것이라며 아무런 사과없이 일을 진행했다
'일을 함' 에 있어서 시간과 정확성 모두를 놓쳤고, 즉 일을 가장 못하는 모습이었고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못하는 행동으로 신뢰를 잃었으며
자신의 업의 가치를 낮춰 자기 얼굴에 침 뺃는 격이 되었다
나는 오늘 어떤 실수에도 쉽사리 사과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았고
문제 발생 시 임시방편으로, 대충 떼우는 대한민국의 모습도 보았으며
이를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이렇게 문제를 잘 처리하는 모습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모습마저 보았다
난 그를 통해 세월호의 선장 모습이 겹쳐졌고
책임지지 못하는 자에게 어떠한 권한도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굳어졌으며
책임지지 못하는 자를 과연 '어른' 이라 할 수 있는가.. 어른이란 어떠한 존재에게 붙이는 말인가 자문하게 되었다
책임지지 못하는 자에게 권한이 부여되었을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지
나는 오늘도 그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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