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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간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며칠 간 뙤약볕과 폭우 속에서 일을 해 왔다
흥미를 잃었던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소장님과 둘이서 일할 때는 마음이 편안하고 나쁘지 않았다
난 이 곳이 분명 좋지만, 떠나야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 날은 안 샘과 김 샘을 만나 3시간 동안 단체 이야기를 맘껏 해댔다
두 분의 에너지의 크기와 방향이 나의 그것을 자극한다
난 자연스레 이끌린다
자연스럽다는 건 이런거다
집에 들어가 아내와 다퉜다
성향이 다른 4명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거실에서 쿵쿵대는 두 녀석들이란 ^^
둘째 날
경훈이에게 귀속말을 한다
- 목욕탕 갈거야? 짱경훈??
단번에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할아버지를 닮은 걸까? 6시도 되지 않은 아침에 ... 대단하다
하지만 사실 경훈이의 이 에너지는 자신만이 받을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인 듯하다
경연이가 함께 하는 것이 아닌 ,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에너지가 강하다
다양한 길 중 하나라 생각한다. 자연스런 과정이다
아이들과 목욕탕 가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몸을 부비고 만지고...
맨몸이 주는 무언가가 있다
아침은 김밥으로 떼우고 태안으로 향한다
'태안' 이 내게 주는 이미지는 '편안함' 이다
그 곳에 가면 무엇보다 든든한 아버지가 계시고, 모든 걸 다 받아주시는 엄마가 있다
언제가 그대로인 바다가 있고, 나 혼자 깨어 있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고요함이 있다
아이들과 바다로 향했다
언제나 처럼 아내는 없다
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아쉬움까지 없다 할 순 없다
튜브도 없고, 구명조끼도 없고, 물놀이 용품도 없지만
수영복 하나만으로 아이들과 3시간을 함께 했다
생각보다 괜찮다
물은 좀 지저분하지만 별로 게이치 않았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
물의 높이가 경연이, 경훈이 놀기 딱 좋았다
공 하나만 있었어도 좀 더 다양하게 놀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게 하나 아쉽다
경연이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눈을 놓치면 절대 안된다
물을 무서워 하지 않으니 정말 위험하다
긴장의 끈을 절대 놓을 수 없다
집에 와서 경훈이는 하모니까를 사 달라고 졸랐다
할아버지가 부는 것을 보고는 무언가가 경훈이를 빨아 들인 듯 하다
경훈이에게 하모니카 악보를 뽑아줘야 겠다
엄마가 사온 하모니카를 한달음에 달려가 풀고 불어보던 일
거의 오후 내내 하모니카를 입에 불고 다니는 것이
요즘 들어 이런 모습을 본 것이 오랜만이다
어떠한 에너지가 자연스레 경훈이를 끌어 당기는 느낌이랄까 ^^
삼일 휴가를 끝냈지만 내게는 아직 일이 없다
특별히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냥 새로운 일이 결정되면 그곳에 올인 하고 싶다
두 고수를 떠나 나의 맨얼굴을 좀 보고 싶다
이번이 내게 또 한 번의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