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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다행히 일 좀 한 듯 하다
집에 가는 길이 좀 편안하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근로시간을 연장해야 돈을 좀 벌 수 있는 이런 구조는 잘못이다
구조의 잘못을 알면서 구조 안에 머물러야 하는 삶은 고단하고 괴롭다
하지만 2보 전진을 위해서는 1보 후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한다
주말은 좀 특별했다
토요일은 오랜만에 가족들과 야식을 함께 하고
일요일은 홀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야 특별할 바 없지만, 그냥 홀로 시댁을 찾은 아내를 생각하니, 왠지 내가 집에 있고, 이내가 출근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그런지 ..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세차를 하려 했던 아침은 나도 모르게 내린 비로 취소됐다
도서관을 찾아 아이들 스스로 책의 대출기간을 연장해 보고, 경훈이가 원하는 책 (김중미 씨가 쓴 ‘종이밥’) 을 대출했다. 경연이도 지지 않는다. 라바 시리즈 중 한 권을 대출하며 신나했다. 빠른 시일내에 경연이에게도 회원증을 만들어 줘야 겠다
그 다음은 시장이다
옷을 바꾸고 덕분에 나도 싸고 괜찮은 청바지 2장을 얻었다
두 녀석은 시장을 걷는 내내 장난치고 씨름 했지만,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시장을 둘러보게 될테다
아빠와 함께 자주 먹던 칼국수 집도 알게 되고, 아빠 작업복을 자주 사던 옷가게도 알게 되고...
12시가 안 된 시간이지만 자주 찾는 칼국수 집을 찾았다
경훈이는 역시나 잘 먹고 경연이는 역시나 시원찮다
셋이 함쳐 8천원 ㅋㅋ
너무나 행복하다
서점에 들러 경훈이 음악책을 좀 샀다
어제 밤에 문득 경훈이가 ‘혜화동’ 을 리코더로 불고 있어 깜짝놀랐다
- 경훈아!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 뭐를?
- 아니 지금 부르는 노래를 어떻게 알고 부르고 있냐고?
- 그냥 친구들이 옆에서 부르길래 나도 따라 불러봤지
- 악보가 없는데 어떻게 따라 불러?
- 그냥 내가 리코더를 불어 보면서 따라 부르는 거지?
- 그게 돼?
- 그럼 내가 리코더를 얼마다 많이 불어 봤는데...
계이름을 읽고 싶다고 해서 책을 하나 사줬는데.. 모르겠다. 경훈이가 해 보려 할런지, 관심을 가질런지는 ^^
다시 마트에 들러 거실등을 하나 사고 집에 와서 거실등을 갈고 지식채널과 역사채널 , 다큐프라임을 보고 있으려니 아내가 들어온다
아내 역시 쉬지 못했고, 나 역시 쉬지 않고 서로를 만났다
무심한 듯 짐을 옮겨 주고 잠시 쉴 시간을 준다
경훈이는 친구들이 찾아와 놀러 나가고, 경연이는 게임을 하고, 나는 다큐를 보고, 아내는 잠을 잔다
네 식구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평화의 시간 ^^
저녁에는 경훈이와 분리수거를 하고 나가 주차장에서 잠시 짬을 내어 웨이브보드를 탄다
경훈이의 다리 힘은 이미 상대적으로 나를 앞지른 지 오래다
짧은 순간 더 빨리 갈 수 있는 건 나지만, 더 오래 더 멀리 갈 수 있는 건 경훈이다
회전도 부드럽고 일단 보드랑 많이 친해 진 듯 해서 보기 좋았다
누구보다 경훈이에게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력이 필요한 시간
그런데 그 노력의 과정을 들키고 싶지 않다
비난 받을 것 같아 두렵다
이 두려움이 어디서 부터 왔는 지 나는 모르지만
존중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시간을 , 그 혼자만의 인고의 과정을 기다리며 , 아는 척 모르는 척 힘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