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도 집을 찾으면서 준비했던 일들의 중심은 언제나처럼 ‘나’ 였다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한 여자의 ‘남편’ 이며, 두 아이의 ‘아빠’ 이며, 가정에서 ‘가장’ 의 역할로 있지만, 역시나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솔직한 내 모습이다
토요일은 오전에 늦장을 부리며 햇살 아래 몸을 맡기고
10시가 지나서야 서울로 향했다
원래는 경훈이 한자 시험을 픽업해 줘야 했지만 아내와, 그리고 경훈이와 대화 끝에 의미없는 시험은 치르지 않기로 했다
하고 싶다면 좀 더 했을 것이고, 노력 없이 치른 시험의 결과는 그 합불을 떠나 내게는 의미가 없어 보였다
경훈이 역시 자신없는 곳에 도전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흔쾌히 시험을 거부했고, 처음에 반대 생각을 가지던 아내도 동의했다
그렇게 홀로 서울로 간다
지하철을 타고 삼각지에서 내려 음료수를 사들고 단체를 찾았다
그래도 한 분이라도 계실 줄 알았는데 왠걸 ㅎㅎ
문 앞에 음료수를 놔두고 유명하다는 대구탕을 먹고 싶었지만, 집집마다 사람이 넘쳐 난다
담에 먹자 ㅠㅠ
혜화역에서 인권교육을 위해, 그리고 박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모든사람’ 을 찾아가는 초행길은 , 특히나 우산이 없는 내게는 만만치가 않다
사람도 많고, 가랑비는 생각보다 무겁고, 길은 또 헤깔리고 ㅎㅎ
그렇게 만난 박 선생님과 모든사람은 따뜻하고 낯설지 않다
인권교육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러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아주 작은 일에서라도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힘을 길를 수 있기를 바라는 바램 때문이다
너무나 수동적인 교육으로 그 커다란 에너지를 분출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마치 화산 같은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산까지 박 선생님께서 태워 주신단다
솔직히 지하철 타고 왔어도 되는 길인데 부러 차를 얻어타 본다
오랜만에 뵙는 박 선생닝은 기운은 여전히 튼튼하고 건강하다
뿌리가 살아있고, 마음이 강단지다
귀감이 가는 분이라 자주 뵙고 싶지만 ... 욕심이다 ^^
일요일은 바쁘다
아이들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오산시장을 들러 작업복을 챙긴다. 맛집이 있다길래 아내와 가족들과 닭국수를 먹고, 생각보다 따뜻한 날씨에 절대 집에 있을 수는 없다
홀로 다육이를 보러 간 아내를 제쳐두고 우리는 다시 인라인 스케이드와 킥보드, 웨이브보드를 챙겨들고 맑음터 공원으로 행한다
경훙이의 실력이 많이 늘었다
이제는 보드에서 내려오지 않고 한 바퀴를 온전히 돌 수 있다
시간을 재어 보니 지난 번 보다 1분이나 빠른 1분30초 정도에 한 바퀴를 돌아낸다
넘어지지 않으려 십 여 초만 다리를 흔들어대도 허버지가 이렇게 땡기는데 ㅠㅠ
역시나 이이들의 체력이란 ㅎㅎㅎ
집에 돌아와 잠시 자유시간
맛난 저녁 후 제33회 가족회의가 시작된다
- 영화 ‘주토피아’ 를 보고 난 느낌
(참고로 아이들은 이 영화를 열 번 이상 봤을테다
- 지난 달 체크리스크 운영 결과 및 소감
- ‘고래가 그랬어’ 월간지에 대한 반응
- 지난 달 게임규칙에 대한 이야기 및 다음 달 적용규칙 제정 등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가운데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이어지는 경연이의 생일 파티
동영상을 찍고 나서 최근에도 자주 들여다 보게 되는 경연이의 천진한 웃음, 그리고 혼자서 불을 끄려는 듯 형을 경계하는 눈빛, 서두르게 내쉬는 입파람 ..
벌써 금요일 아침
온도계에는 영하 10도가 찍히고, 체감온도는 더 낮다고 한다
비로소 겨울이 다가오는 듯하지만 체감의 추위는 보름 전보다 덜하다. 그만큼 ‘적응’ 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섭다
그래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겨울에게서 위로받을 수 있는 건
하늘에 빛나는 별
새벽별을 이렇게 깨끗하게 볼 수 있는 때는 오직 이 때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