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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불행한 일이다나의 이야기/일기 2019. 3. 1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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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공평하다
시간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그 의미가 있다
이번 주말은 많은 시간을 일과 함께 했다
일요일 5시에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6시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곤 꼴랑 3,4시간
식사를 하는 동안 1시간이 지났다
아내의 식탁은 언제나 거추장스럽지 않고 담백하다
경연이는 7시가 되어서야 친구집에서 돌아왔다
그동안 경훈이와 이런저런 학교이야기를 한다
아내의 집꾸미기에 호응도 해 주지만, 내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을테다. 이런 곳에 리액션이 좀 약하다 ㅠㅠ
저녁을 먹자 경연이가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 한다
아직 두발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녀석이 타 보고 싶다고 연습을 한다는 것
곁에 있던 경훈이도 덩달아 나가겠단다
지난 주 가족회의를 통해 주말에 무제한이던 게임 시간 규칙을 변경한 것이 좋은 반응을 가져오고 있다
무엇보다 조급하지 않고 차분하다
더이상 게임시간에 쫒기지 않아도 된다
‘무제한’ 임에도 쫒긴다는 것이 참 재밌다
경연이는 쉽게 발을 패달에 얹지 못했다
패달을 밟아야 (속도가 있어야)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해서일까... 아님 그 넘어지는 두려움이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욕망을 뛰어넘지 못함인가...
경훈이도 흔쾌히 외발자전거를 함께 하자고 했다
지하주차장이 아닌 오픈된 공터에서 연습을 하자는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다
결국 한 손을 놓고 타는 곳까지 왔다
2
경연이와 함께 거실에서 잠들기로 했다
물론 언제나 처럼 내가 먼저 잠들게 뻔하다
그렇게 새벽
여느때처럼 경연이는 누구든 함께 자는 사람의 품속으로 파고 든다
‘사랑해 주세요!!’ 하는 듯이...
그렇게 책장을 정리한다
송 대표님께서 보내주신 ‘만남’ 이라는 책을 잠시 만져보고, 직접 써주신 글귀를 담아 본다
소중하게 만나고 또 누군가를 만나야 겠다
3
아마도 눈을 비비며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빛을 따라 왔을테다
역시나 경연이가 빼곰히 문을 연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내게 오는 아이를 위해 나는 불을 끈다
제 엄마 곁으로 보내주곤 짐을 정리한다
뭐 작업복 입고 대충 일주일 동안 읽을 책 챙기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정리라면 정리다 ^^
그렇게 출근을 하려는데 녀석이 안방 문을 빼꼼히 연다
아빠가 가는 건지 확인을 하며 내게 나온다
감사의 입맞춤을 하면서도 나를 구지 데려다 주고 싶단다.
현관문 앞에서 또한번 뽀뽀
일요일 저녁에 잠시 와서
월요일 새벽에 떠나는 집을
구지 왜 오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