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간 중에 라기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술을 한 잔 하셨는지
말투는 여전했고 그가 분명했다
10여년 전에 통화하는 거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여전히 그는 나의 사수다
2
일로 치자면
내게 사수가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회사에서 , 한 명은 공장에서
둘 다 성격이 다정하거나 배려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둘 다 일을 잘 했고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 능력있는 사람들이었다
라기 형님은 특히나 그랬다
자기 할 말을 하면서 당당하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일도 잘하고 운동도 잘 하고 술도 잘 마시고 인정도 받고 사람들과 교류도 많았다
사수로서 더할 나위 없던 사람이었지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능력이 내게는 없었다
그 땐 그랬다
3
그는 어는 날 훌쩍 캐나다로 떠났다
가족모두가 …
나의 삶의 방식에 변화를 준 이후 억지로 연락을 하거나 오지 않았다
서로가 배려를 해 줬거나 뭐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우리 딱 그 정도였다
캐나다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왠 전화??
반가웠다
그냥 솔직히 반가웠다
그냥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 했다
정말 , 아주 가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 때보다는 좀 더 ‘일’ 이란 걸 잘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이 없이 마주한 일들
그냥 흘려보낸, 눈이 흐려 볼 수 없던 그런 것들을
마주 했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라기형님 전화를 받으며 느끼고 , 그래서 생각이 난다
4
1월20일 경에 출국을 한다고 했다
그 전에 기회가 된다면 만나 보고 싶다
그냥 그의 자신감이 보기 좋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별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내가
사람을 만날 때는 딱 그 이유 하나 뿐이다
궁금함
그게 없는 사람을 구지 만날 시간이 내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