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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나의 이야기/관심사 2013. 6. 27. 07:58
<경훈이는 아빠랑 화장실 청소하는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
'아빠.. 사랑이 뭐야?'
'음... 사랑이란 건. 예를 들어 아빠랑 경훈이랑 울고 싶을 정도로 배가 너무너무 고픈데.. 냉장고에서 바나나 하나를 발견한거야. 같이 나눠 먹기엔 조금 작은 바나나 였는데 정말 맛있게 보였어. 이 때 아빠가 경훈이한테 이 바나나를 먹으라고 양보해 주는거야. 아빠는 비록 너무너무 배가 고프지만 그 양보해 준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경훈이를 보며 행복해 하는 게 사랑이란 거야'
언젠가 '사랑' 에 대해 경훈이가 물어 온다면 이렇게 답해 줄 생각이다
얼마전 아내와도 이야기 했던 것인데
이렇게 사랑을 나눠주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배고픔에 익숙해 지는 것'
그래서 우리 어머니들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던가 ^^
암튼 가족들에게까지 배고픔에 익숙해 지라고 하는 건.. 참으로 못할 짓이다
오늘 새벽 4시에 잠에서 깼다
옆 방에서 경연이가 울어 대는 데.. 정말이지 이 놈은 한 번 울어대면 '누가 이기나 보자' 라는 심산이다
악을 쓰며 울어 대는 게... 고집 한 번 쓸 만 하다 ㅎㅎ
처음 카시트에 앉힐 때
경훈이는 1시간을 울어대는 데 무관심으로 일관하니 이내 포기를 했건만
경연이는 1시간 30분을 울어대는 데 내가 먼저 두 손 들어 버렸던 게 생각이 난다
건너방에서 안혜가 몇 시간째 아이가 싸우고 있었는지 안스럽다
내가 다가가니 왠일인지 '아빠..아빠' 를 연호하는 게 '엄마가 니 고집에 당할 수가 있겠냐' 는 생각이 단박에 든다
가뜩이나 놀고 싶은데 구세주(?) 아빠가 와 주니 울음을 뚝 그치고 내게 폭 안긴다
그렇게 5시까지 이것저것 놀다가 가슴팍에 기대어 잠을 자 준다
고맙다
이렇게 가까이서 생명의 소리를 듣게 해 줘서
이렇게 새벽의 기운을 느끼게 해 줘서
이렇게 너랑 단 둘이 잠들 수 있게 해 줘서
경연이의 어린 시절은 내겐 정말 하루하루가 의미롭다
경훈이 때 내게는 무의미하게 흘러 갔던 시간과는 다르다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육체와 영혼 모두 어린아이로 오래오래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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