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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1시가 넘은 시간. 경연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고, 덕분에 나는 경연이와 샤워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나의 선물 경연이 ^^>
<오늘 새벽에도 경훈이는 내게 시간을 내어 주었다. 비록 경연이 때문에 바둑놀이를 오래 하지 못했지만 이해해 주었다. 고맙다 우리 보물 ^^>
새벽 5시에 잠에서 깨어 경훈이 귀에 대고 소곤댄다
'경훈아.. 지금 5신데 일어날거야?'
'...'
'그럼 코야 더 자. 알았지?'
그러곤 혼자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향한다
그렇게 샤워를 하면서도 은근히 기대해 본다
'아빠 잘 잤어요' 라며 경훈이가 벌컥 문을 열지 않을까..
막 샤워를 하려는 찰라
기대는 현실이 되고, 경훈이는 문을 벌컥 열며
'아빠..나 근데 한 페이지 못했어요'
어제 내가 내준 두 페이지 바둑 숙제 중 한 페이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전날 안혜에게 이미 들었던 터라 괜찮다고 말해주며 다독였다
이 새벽에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어나는 6살 아들이 고마웠다
정말이지 대견하고 고마워 한참을 안아주고 뽀뽀해 준다
경훈이와 기분 좋은 샤워를 하고 선풍기에 몸을 말리고 바둑판을 앞에 둔다
오늘은 '뚫어서 끊기' 를 해 보는 날
무슨 영재를 만들기 위해 바둑을 함께 하는 게 결코 아니다
나와 경훈이에게 지금의 바둑은 마치 보드게임과 같다
그저 경훈이에게 잘 어울리는 보드게임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한 10분 지났을까
갑자기
쿵..쿵..쿵..쿵
경연이가 달려온다 ㅠㅠ
'경훈아.. 오늘 바둑은 못하겠다'
경훈이는 단번에 양보하진 않았지만 결국 경연이와 '알라딘' 영화를 보면서 토마토를 먹는 것으로 나와의 아침시간을 대신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 둘과 이런 시간을 보내는 것은 큰 행복임에 틀림이 없다
욕심이 있다면 좋은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은 것인데.. 아직 못하고 있다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좋은 그림책을 빌려 경훈이와 시간을 가져 봐야 겠다
고원형 선생님이 말씀해 주신데로
아빠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독서토론' 과 '캠핑'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