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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훈이가 미술학원에서 그려온 그림. 아래 코끼리는 선생님이 그려 주신 듯.
난 기다린다. 경훈이가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보며 '아빠, 저 동물들은 왜 저기 갇혀 있어요?' 라는 질문을 할 날을>
<새벽 바둑놀이. 경훈이는 오늘도 힘들텐데도 억지 웃음을 지으며 혼자서 씩씩하게 일어나 주었다. 새벽에 얼굴을 보여주는 6살 경훈이는 내 보물이다>
새벽 5시15분
경훈이 귀에 대고 소곤댄다
'경훈아.. 다섯 신데 아빠랑 바둑놀이하까, 한숨 더 잘까?'
'...'
'그럼 일단 아빠 혼자 간다'
경훈이는 벼락같이 일어나 억지 웃음을 짓는다
자기도 아빠랑 같이 할 수 있다. 자기도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다는 거를 과하게 몸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또 함께 하는 하루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작하는 하루. 게다가 시간까지 앞서간다면 그보다 더 한 편안함이 있을까
어쩌면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이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나는 정말이지 복 받은 놈이다 ㅎㅎ
경훈이와 바둑놀이를 시작하는데
경훈이 컨디션이 영 별로다
아침에 피곤한데 너무 무리해서 일어난 걸까
바둑판, 바둑책을 앞에 두고도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문제도 알면서 지 맘대로 하는 것 같다
나 같다 ㅎㅎ
갈 시간이다
경훈이에게 숙제를 내어 주니 신나서 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출근하는 걸 혼자서 봤다며 엄마에게 자랑할 게 뻔하다
웃긴데... 그래도 고맙다 ^^
나의 거울 경훈이
오늘도 나는 경훈이를 보며 나를 돌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