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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추억보다 느리게 간다나의 이야기/관심사 2013. 10. 3. 14:00
나는 추억보다 느리게 간다
- 유하
나를 움직이는 연료는 침묵이요
나의 엔진은 바람이요
나의 경적은 휘파람이다
나는 아우토반의 욕망을 갖지 않았으므로
시간으로부터 자유롭다
하여 목적지로부터 자유롭다
나는 아무것도 목표하지 않는다
목표하지 않기에 보다 많은 길들을
에둘러 음미한다
나는 늘 途中에 있다
나는 샛길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길의 선지자이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의 중심이 아니라 인간의 아웃사이더이다
아웃사이더의 서정이다
숲으로 난 샛길을 사랑하는 산책가의 몸이다
산책가는 누구를 추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추억보다 느리게 간다
나를 무수히 추월해간 지상의 탈것들이여
어쩌면 목적지란 시간의 종말이 아닌가
나의 시간은 무한한 곡선,
은륜의 텅 빈 내부로 물이 고이듯 시간이 머문다
샛길의 시간은 무익하여,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는다
나는 그 무익한 시간들을 벗 삼아
유한한 삶에 대한 명상을 충분히 할 것이다
산책가는 늘 길 뒤편에 남아 있다
풀잎 하나 사소한 흔들림에도
생의 시간을 길게 확장시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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