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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지금 꼭 이래야만 하니나의 이야기/일기 2014. 9. 24. 17:00
경훈이가 징징댄다
피곤할 때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깨었을 때... 경훈이는 종종 이렇게 심하게 징징댄다
'하필 지금 꼭 이래야만 하니'
지역에서 좋은아빠모임을 시작한 지 6개월째
처음으로 6가족, 24명의 식구들을 초대하여 함께 청원으로 기행을 떠나온 지금
모든 사람들이 , 그것도 가족들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짐을 옮기며 저 멀리서 주체없이 짜증을 내며 징징대는 경훈이에게 다가가며 내게 찾아온 생각이다
좋은아빠가 되어 보겠다며 같은 생각을 가진 아빠들과 만나 모임을 꾸려 가는 지금
가족들의 지지를 얻어보겠다며 나름 야심차게 준비했던 가족을 위한 아빠들의 초대
그런 자리에서 니가 그러면 ... 난 뭐가 되는거니?
그 생각의 길이를 떠나
나 역시 여타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확인하는 순간
좋은아빠?? 내가?? 피식 웃음이 난다
경훈이 앞에 무릎을 꿇는다
눈을 보며 이야기를 들어 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평소대로 경훈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로 한다
그렇게 경훈이는 20여분을 홀로 버스에 남겨졌다
- 아이 혼자 버스에서 그렇게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
버스에서 우리가 모인 곳까지 걸어서 3분 정도 걸리는 가깝지 않은 거리
그렇게 경훈이는 다시 우리 곁으로 와 주었다
난 오늘도 경훈이를 보며 그 시절 나를 본다
경훈이는 내 삶의 스승이자,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