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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준 작가님의 글을 읽고 (엄마마중, 몰라쟁이 엄마, 돌다리)
    나의 이야기/어린이도서연구회 2013. 7. 12. 14:54

    이태준 작가

    지난 번 토론했던 '나비잡는 아버지' 를 쓰신 현덕 선생님과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셨던 분이네요.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월북하신 이력도 닮았고.. 이태준 작가님 책을 읽을 즈음 최인훈의 '광장'을 함께 읽었던 터라 월북하신 분들의 이데올로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방정환 선생님도 천도교와 깊은 인연을 가지셨던 터라 더욱 관심이 가긴 했지만 한발 더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몰라쟁이 엄마, 엄마마중 등 2개의 그림책과 '돌다리' 라는 하나의 소설. 한 작가가 이렇게 그림책을 쓸 때와 소설을 쓸 때가 다를 까 싶을 정도로 미리 작가를 알지 않았더라면 동일 작가라고 생각지도 못할 정도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림책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눈에서는 어김없이 현덕 선생님의 노마가 비춰졌지만 '돌다리' 에서 보이는 창섭이와 아버지의 모습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대화를 하고 이야기를 듣고 이해해 보려는 노력, 그 과정이 보입니다, 그저 생각이 다른 두 집단의 대치가 아닌 그런 대치상황을 풀어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 의미 있어 보입니다. 소설이 쓰여 진 1941년 일제치하 당시. 작가는 어떠한 두 사람. 어떠한 두 집단의 화해를 바랬는 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래는 각 작품에 대한 소회를 적은 글입니다.

     

    몰라쟁이 엄마 (1931) - 이태준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빡빡머리 노마는 집안 일로 바쁜 엄마에게 질문을 던진다

     

    '참새들은 죄다 똑같아 보이는데 저의 엄만지 남의 엄만지 어떻게 아나?'

    '참새들은 수염이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할아버진지 아나?'

    '참새들도 사내새끼, 기집애새끼가 있을텐데 사내새끼가 머리를 나처럼 빡빡 깍지 않으면 어떻게 사내새낀지 기집애새낀지 아나?'

     

    엄마의 대답은 죄다 '몰-라'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아이들의 호기심은 언제나 그대로니 다행이다. 그 시절 질문을 던지던 어린아이가 지금 어른이 되었을 뿐, 또 다른 아이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으니 또한 다행이다.

     

    그저 천진난만하고 럭비공같은 아이들의 질문과 집안 일로 바쁘고, 대답하기 조차 귀찮은 우리네 엄마들의 모습과 비슷하여 너무나 공감이 가는 작품이다. 책에 함께 실린 그림도 너무나 재밌어 아이들과 함께 보면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작품일 듯 싶다

     

     

     

    엄마마중 (1938) - 이태준 글, 김동성 그림

     

    2004년 작품으로 읽었으며, 1938년 '조선아동문학집'을 원전으로 삼은 작품입니다

     

    그림으로 봐서는 대여섯살 되어 있는 남자아이가 홀로 정류장에 서서 엄마를 기다립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내가 니 엄마를 아니?' 라는 퉁명스런 대답대신 아이의 기특함을 보며 다정하게 이야기해주시는 어른이 있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코가 새빨개진 아이가 눈 덮힌 골목을 엄마 손을 꼭 잡고 집으로 가는 마지막 책장은 정말이지 애틋합니다.

     

    아이는 왜 홀로 집에 남아 있어야 하며

    아이는 왜 홀로 정류장까지 엄마 마중을 해야 하는지

    또 왜이리 엄마는 안 오시는지

     

    그러면서도 한편 엄마가 있어 다행입니다.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다행입니다.

     

    몇 해 전인가 버스커버스커가 다시 불러 잠시 인기를 모았던 이적 씨의 '정류장' 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아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동화책입니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버스정류장에서 1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렸던 그 이야기도 다시 나눠보고 싶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단 한번도 지루해 하지 않았던 아이 생각이 겹쳐 고마운 책입니다.

     

     

     

    돌다리 (1943) - 이태준

     

    이 소설을 쓸 당시 이태준 작가는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하고 고향 철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 추정된다. 작품에서의 돌다리는 큰 비에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다리이며, 아버지와 많은 인연을 함께 해준 소중한 다리다. 그저 돈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나무다리에 비할 대 없다. 결과적인 효율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가져다 준 인연과 과정을 중히 여긴다. 그러면서도 마냥 배타적이지 않고 끌어 안으며 설득한다.

     

    아버지는 고향에서 근검 절약하는 욕심없는 농군인데 반해, 아들은 서울에서 소위 떠오르는 유학파 의사이다. 고향의 땅만 팔 수 있다면 자신의 재능을 사회를 위해 발휘할 수도 있고, 이를 따라 돈도 얻을 수 있는 상황. 게다가 어차피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서는 자신이 시골로 내려올 수는 없는 지금. 창섭은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로 가려 하지만 아버지는 그저 쉽게 무너지지 않는, 편리하게 어디서나 조립 할 수 없는 돌다리처럼 인연의 소중함을 믿고, 고향에 머물고 싶어 하신다

     

    하지만 그런 아들을 이해 못하는 아버지가 아니며 자신의 철학을 설명해 주시고 아들을 이해 시킨다.

     

    책을 덮으며 오직 모든 일에 결과만을 따지고, 그 과정에 들어간 비용과 그 효율성만이 중요한 우리 사회에 이런 인연과 과정을 중시하는, 그렇지만 어느 것보다 튼튼한 돌다리 같은 어쩌면 바보같은 사람이 되고프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위해서라면 친부모까지 살해하는 극악부도한 범죄가 만연한 지금의 사회에서 부끄러워 작가를 대할 수는 없을 듯 하다.

     

    함께 토론하면 좋을 만한 이야기

    하나, 창섭이 땅을 파는 명분으로 돈 대신 더 많은 약자를 위한 의술 사용을 들었더라면 아버지는 어떤 결정을 내리셨을까?

    둘, 지금의 사회에서 이와 비슷한 경우라면?

    셋, 아이들에게 나무다리에 비해 돌다리의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설명해 주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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