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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다 오광명 (2008) - 송언나의 이야기/어린이도서연구회 2013. 6. 12. 08:36
책을 덮으며 단박에 든 느낌은 '아! 비로소 아이들이 읽을 만한 동화를 읽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껏 모임을 통해 토론 했던 책들. 방정환, 현덕, 김리리, 황선미 작가들의 소설에는 '교훈' 이란 게 있었다. 즉, 책을 읽고 나서 토론할 만한 '소재' 가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덮으며 '무슨 이야기를 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위 할 게(?) 없었다
이 책은 작가분이 현직 학교에서 초등학교 2학년 선생님으로 계시면서 있었던 일들을 배경으로 한다. 작가 스스로도 4학년이 넘어가면 아이들에게서 '동심' 을 느끼기가 어렵다고 할 만큼, 이 소설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아이들의 눈으로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송언 선생님은 1980년대 '전교조' 가입으로 해직된 후 10여년만에 교직에 복귀한다. 자신 스스로 제도권 교육을 비하하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지금의 제도권 교육을 불신한다. 작가가 글을 씀에 있어 이런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
초등학교 2학년 오광명은 말썽꾸러기다. 선생님 말도 잘 안 듣고, 공부도 안 하고, 싸움도 많이 한다. 여기서 우리는 말썽꾸러기의 기준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는 더 큰 사회로 나아가 사회적 인간으로서 구성원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획일적인 사회가 아닌 다양한 그것이 되기 위해서, 우린 모두 다른 씨앗을 가지고 태어났다. 단순히 그 질서에 부응하지 못한다 해서 말썽꾸러기라 말할 순 없다. 그저 다른 아이일 뿐이다.
오광명이 싸움을 하는 과정도 자신이 세운 올바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음에 대한 대응이지 터무니 없는 투정이 아니다. 그가 저지른 잘못이라곤 어떤 불합리에서 다른 아이들처럼 참지 않고 분노했다는 것 뿐이다.
보통 '잘한다' 는 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칭찬의 의미. 또 하나는 비아냥의 의미이다. 선생님은 '잘한다' 고 격려해주고 다독여주지만, 친구들은 '잘~한다' 며 비아냥댄다. 이런 오광명에게 선생님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그런 어른이 있기에 오광명은 자신이 말썽꾸러기가 아닌 그저 다른 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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