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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2009) - 김남중 글, 허태준 그림나의 이야기/어린이도서연구회 2013. 9. 3. 20:24
밤12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오는 회사 좀비 아빠와 아들의 사교육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워킹맘 사이에 13살 호진이가 있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가족의 일원인 자신의 의견조차 무시한 채 이혼을 이야기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본 호진이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리고 싶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부모님을 괴롭히고 싶다. 그렇게 사회 부적응자 삼촌과 만나 자전거와 땀을 통해 성장해 가는 소년의 이야기.
저는 일단 제목이 맘에 듭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마치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불량한' 어도연과 비슷해서 일까요 ㅎㅎ
암튼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우리시대 가족의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라고 보여집니다. 아빠는 생활비를 , 엄마는 자녀의 사교육비를 책임져야 하는 우리 사회.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아이를 키운다지만 그런 부모의 노력도 모른채 아이는 제 멋대로. 공부는 관심 밖이고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좋아하는 연예인을 동경하며 그들을 따라 노래를 하고 옷을 입길 바라며 이렇게 다른 이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만들어 가려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으로서 어른이 되기 전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 또 하나는 그런 기회를 발견했을 때 주저없이 달려갈 수 있는 용기.
호진이는 이번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일을 경험합니다. 술로 인해 인생의 절반을 망치고 나머지 절반을 찾기 위해 자전거를 탄 사람,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 유학가기 전 어려움을 맞보기 위해 온 사람, 군 입대를 앞둔 사람,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는 연인, 특히나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있지만 정작 가족에게조차 '사회 부적응자' 소리를 듣는 삼촌등의 사람들과 만나며 이야기하며 관계를 맺어가고 자연스례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또한, 누군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잠자리를 준비해 보고, 지쳐 쓰러진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어 병원으로 옮겨도 보고, 잃어버린 차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해보기도 하고, 특히나 직접 자전거를 타면서 어려움을 만났을 때 '지금 여기서 내리면 다시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것', '이 곳만 이겨내면 달콤한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 등을 깨달아 갈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과 일을 통한 경험들은 호진이의 삶에 자극을 주게 됩니다. 행여나 이러한 자극이 호진이에게 적절한 그것이 아니어서 결국 아무 효과도 없을 수도 있으나 어쨌든 단순한 학원, 도서관, 학교를 반복하는 생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자극임에는 틀림없으며 어떠한 자극이 호진이의 재능의 마중물이 되어 줄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소설 속에서 우선 저는 어려운 여건임에도 삼촌을 찾아가기로 계획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호진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실제로 동일한 환경에서 일탈을 계획한다 해도 실제 행동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는 지를 가늠하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작가가 왜 자전거 여행을 '불량하다' 고 했는가 라는 점입니다. '불량하다' 는 정의는 '좋지 않다' 또는 '바르지 않다' 라는 뜻인데 제목에서는 태도를 뜻하는 것으로 '바르지 않다' 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바르지 않다' 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바르다' 는 것을 논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모호합니다. 어떤 행동은 바른 행동이고, 어떤 행동은 그렇지 못한가?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학교 방학기간에 학원을 빠지고 자전거 여행을 갔다고 해서 사회규범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므로 '바르지 않다' 고 말할 수 없음에도 왜 작가는 호진이의 여행을 불량하다고 정의했을까?
사회규범은 아니지만 사회통념 상 '불량한' 호진이의 여행이 결국 파탄 직전의 가족, 행복을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뭉칠 수 있게 해 준 기폭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기폭제는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도전이 될 것은 확실합니다. 우리는 이런 여행을 과연 '불량하다' 고 할 수 있을까요?
평소보다 삼겹살이 무척이나 땡기는 오늘입니다. 그래도 일단 오늘 하루 마무리를 잘 해야 겠죠. 잠시 쉬었으니 다시
'출발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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