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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좋은아빠가 함께 하는 서울나들이 후기>나의 이야기/오산좋은아빠모임 2015. 7. 21. 00:30
<아이와 좋은아빠가 함께 하는 서울나들이 후기>
아침부터 설렌다
정말이지 좋은 사람들과 하는 모든 여행은 설렌다
여행의 범위를 '일상을 벗어난 모든 것' 으로 넓혀 본다면 .. 어쩌면 '설렘' 을 얻기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암튼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좋다
우선 6시40분 집을 출발해 7시에 팀장님을 만나 카드를 전달 받았다
병원에 가신다며 함께 하지 못하셨는데, 돌아보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많이 걸어서 나중에 미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
암튼 현장학습에서 (센터에서 직접 결재를 하지 않고) 카드를 전해 주는 건 처음이라며, 이런 저런 당부를 하신다.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언니'와 '빌뱅이언덕'. 두 권의 책을 전달해 드려야 한다는 욕심에 차를 역사 근처에 주차를 하면서도 은근슬적 주차비가 걱정이 된다. (결국 후회를 한다 ㅠㅠ)
- 그래도 하룬데 뭐... 얼마나 나오려구??
아이와 김밥으로 아침을 떼우고 오산역으로 올라가는 중에 안영표 선생님과 박종윤 선생님 가족을 만난다. 어찌 그리 반가운지... 문득 '아이들과 좀 더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는 생각이, 그런 욕심이 나를 부추긴다.
아침 8시15분.
모두들 약속을 잘 지켜 주셨다. 유정이와 서연이, 소희는 처음 봐서 그런지 너무 반갑고, 범호와 은이는 작년 기행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더욱 반갑다. 물론 나의 기타 친구 현기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웃음을 준다. 항상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주는 '인간의 순수함'을 대할 때면 때론 경건해지고, 때론 안타깝다. 그냥 그렇다
오전에
열차를 타고 서울역을 거쳐 남대문 시장, 서울 광장, 광화문, 그리고 인사동에서 짜장면을 먹을 때 까지 우리들은 계---속 걸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인사동으로 바로 직행을 해서 체험을 하고 식사를 하면 되었지만, 오후에 남산을 오르는 게 아이들에겐 무리가 될 수도 있다면 판단 하에 급작스럽게 계획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책 없는 여행이 나는 좋다. 사람만 좋다면 일정이야 뭐 ㅎㅎ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차가 다니는 옆을, 서울 한 복판을 걷는 것 뿐인데... 아이들은 행복하다. '아이들' 이기 때문일테다. 함께 있으면 걷는 것도 놀이로 만드는 것이 아이들의 힘이다. 뛰어 다니며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잠시 쉴 때면 구석구석 숨어 술래 잡기도 하고, 시청 광장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까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준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 주려 너무 노력하지 마라. 그저 아이들을 함께 있게 해 주면 된다
'어른' 들이 준비한 '놀이' 는 아이들의 그것을 절대 품을 수 없다.
(치명적인)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에서 아이들을 함께 하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놀이를 대하는 어른들이 태도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다시 한 번 심어준 시간이다
준비가 안 된 점심시간.
마찬가지로 우리는 식당을 찾아 인사동 골목을 뒤진다. '점심은 짜장면을 먹자!' 는 말에 힘을 낸 범호의 맑은 얼굴이 우리를 무조건 중국집을 인도해 주었다. 10여분을 헤매고 찾아낸 인사동의 한 중국집.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도 맛있다. 범호형 게임에 빠진 경훈이를 빼고는 다들 충분히 에너지를 채운 듯 하다. 배가 부르니 졸린 지 소희가 중국집 의자에 기댄다. 지금 생각해도 우리는 열심히 걸었다 ^^
인사동에서 시작된 오후 일정
- 우리!! 자유시간을 가져보면 어때요??
박종윤 선생님의 제안
너무 반갑다. 단체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그것이 해소해 주지 못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게 마련인데, 자유시간은 이런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반면 (개인의) 준비가 부족할 경우, 자유시간은 자칫 '그럼 난 뭐하라는거야??' 라는 또 다른 개인의 불만을 만들 수 있어 조심스럽다. 하지만, 난 믿는다. 우리 아빠들은 그런 내면의 힘을 다들 갖고 계신다.
이렇게 우리는. 엄마 없이, 차 없이, '불편함' 과 동행한 이 곳에서, 이 번에는 '타인' 없이 아이들과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 본다. 시간에 이끌리지 않고, 아이들에게서 시간을 이끄는 방법을 배워 본다.
참 재밌는게...
자유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친구들과 자연스레 함께 하고 싶다. 은이는 유정이, 서연이 누나와 현기는 경훈이와. 그렇게 인사동은 각자의 시간으로 흘러간다
2시간이라는 시간. 끌려만 가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일 수 있는데
다양한 물건을 만지고, 고르고, 사보기도 하고, 아이들은 양초 만들기, 클레이 만들기, 문패 만들기, 한지 체험 등을 하며 나름 인사동에서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듯 해 다행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려 했지만, 정작 가장 큰 수혜자는 만원짜리 백팩을 구입한 박종윤 선생님과 김범수 선생님이 아닐까 ㅋㅋ
어느덧
5시40분 수원행 무궁화호를 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서울역까지 걷기에는 우리의 에너지가 너무 없다. 이미 걷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ㅎㅎ
그렇게 10여분을 걸어 청계천으로 간다.
이 짧은 와중에 우리 안영표 선생님은 어디 계시는지... 김영진 선생님과 '독거노인을 두고 가면 안된다' 고 몹쓸 농담을 주고 받으며 어느덧 물소리 곁에 선다
개인적으로 이미 몇 차례 가족과 함께 온 곳이라서인지, 특별히 기대 없이. 사진 몇 장 찍고 싶은 맘에 온 곳이 우리의 신발을 벗게 만들었다. 크게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과 수로에 발을 담그고 앉아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장소가 되어 주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지 소희와 현기는 물을 건너보겠다며 난리고, 조병득 선생님도 아이가 된 듯 최일선(?)에서 아이들과 하나가 된다.
그렇게
오늘 너무 수고해 준 발을 매만지며 우리는 또 다시 걷는다
그 걷는 뒷 모습이 너무 좋아 연신 카메라를 들이 댄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 이 길
자주 걸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걷는 걸 보니 오산을 스쳐 가는 '한국의 옛길-삼남길' 을 함께 걷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차로는 가보기 어려운 지역인 야막리와 가곡리를 스쳐 평택으로 넘어가는 그 길. 맑음터 공원에서 궐리사, 여계산을 지나 독산성을 만나고 수원 용주사로 이어지는 그 길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데... 어쩌면 욕심만으로 멈추지 않을 수도 있겠다 ^^
1시간 일찍 도착 한 서울역에서 우리를 반겨준 건 맛난 간식들이다. 아이들끼리, 아빠들끼리 서로 오붓하게 모여 햄버거를 먹는 이 시간도 참으로 즐겁다. 다들 피곤할 텐데.. 참으로 고맙다
수원역까지 무궁화호를 타고 편히 돌아오는 길. 그 길에서도 우리 아빠들은 의자를 돌려 아이들끼리 함께 놀 기회를 준다.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불태우는 녀석들. 너희는 도대체 어디서 온 거냐?? ^^
언제나 밝은, 웃음 폭탄 현기
재밌었지만 힘들었다며, 아프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은이
다음에 아빠모임에 초대하면 꼭 다시 오겠다며 약속해준 유정이
너무도 의젓하게 소희를 챙겨준 서연이
에너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은 소희
짜장면 한 그릇에, 득템한 시계에 웃음이 가득했던 범호
피곤하면 특히나 짜증이 심한데도 잘 견디고, 아빠와의 시간을 함께 해준 경훈이
우리 아이들이 모두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길 저는, 그리고 우리는 희망합니다. 키만큼, 마음도 성장하길 바랍니다. '책' 과 '여행' 이 아이들의 마음 성장에 큰 기회가 되어 줄 것 입니다.
아이들과 아빠들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많은 것을 내게 준, 그리고 많은 것을 내게서 놓게 해 준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아빠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
PS.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준 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해 주신 김영진 선생님. 선생님이 없었다면 아빠들은 아이들과 좌충우돌 하느라 이렇게 의미있는 시간을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항상 저희를 지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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