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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여행 마지막 날, 나눈 이야기.. - 송인수대표님 말씀나의 이야기/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14. 11. 18. 05:10
http://cafe.daum.net/no-worry/3FW6/2741
<졸업여행 마지막 날, 나눈 이야기...>
천안 상록원 등대지기 학교 졸업여행에 오신 회원들과 마지막 날 나눈 이야기. 새벽 3시, 6시 이상 남아 대화를 하면서 뜻을 다지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둘째날 졸업식 시간, 세분의 소감문을 듣는 순간 그만 우리 마음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대표들은 서로 돌아가며 눈물을 닦으며 그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떠나는 분들에게 대표들이 한마디씩 해야하는 순간, 단상에 올라온 윤지희 샘은 “당신들 같은 사람들을 만나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나도 마지막 내가 이분들에게 말할 기회가 있다면, 딱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싶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기회가 주어져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흔들림에 관하여...". 울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만, 한국사회에서와 같이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 그런 말을 하다가 그만 터져 버렸다. 우리 카페의 모든 회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내용을 간추리고 다듬어 올린다. 우리 모두가 그런 고민을 하는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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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흔들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변의 영향과 공격과 시련 속에 흔들리는 자신을 볼 때 부끄러워합니다. 원칙있게 아이들을 키우려다가, 그만 내 속의 연약함으로 흔들리는 내 자신, 주변의 말 한마디에 그냥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우리 자신에 실망합니다. 살기등등한 위협도 아닌, 실체가 분명치 않는 잠정적 위협 앞에서 이미 흔들릴 준비가 되어 있는 연약한 스스로를 보며 부끄러워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올곧은 철학과 가치관에 의해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생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생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나무도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법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존재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저기 전신주와 같이 생명이 없이 서 있는 존재, 아니 이제 바람에 의해 꺾여 땅 바닥에 누워 더 이상 흔들릴 필요가 없는 죽는 존재가 그렇습니다. 생명이 있으면 흔들리는 법입니다. 왜 흔들립니까? 그것은 바람이 불기 때문입니다. 흔들리고 싶지 않아도 바람 때문에 일렁이는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와 같이 바람이 세차게 부는(눈물...) 이곳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가 어디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가족들의 필요와 아픔 앞에서 가지고 있던 원칙을 어디까지 언제까지 지킬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어디 없겠습니까?
그럼, 저는 다시 묻습니다. 왜 흔들립니까? 네. 바람이 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닙니다. 동시에 바람 앞에 버티는 내 속의 생명, 내속의 중심, 내속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니, 바람이 부는 대로 꺾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과 가치와 의지가 있기 때문에 흔들리는 것이요, 그런 버텨야할 소중한 것들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흔들리는 자신을 볼 때마다, 우리는 흔들리는 우리 자신을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그렇게 흔들리더라도 버텨가는 우리 속의 생명의 힘이 있음과 삶의 원칙이 내 안에 있음을 다행이다 말해야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흔들리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닙니다. 삶을 살아가는 가치에 있어서, 100%의 순결함으로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100%의 결점 없음으로 우리는 이 땅에서 버틸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느냐가 아니라, 그렇게 흔들릴지라도 내가, 우리가 있어야할 자리, 우리 아이들을 지켜 주어야 할 저 생명의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흔들리더라도, 그 생명을 지키는 자리를 결코 내 주지 않고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머물 것이냐의 문제입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의 삶은 아름답습니다. 큰 용기가 없고, 미약하고, 주변의 시선과 맹렬한 공격에 내 삶이 위축되고, 내가 붙들고 살아온 원칙을 내려놓아야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어도, 그런 공격과 알뜰한 유혹에 흔들리는 내 자신을 보며, “네가 살아온 것, 너의 용기, 너의 수준이 겨우 그것밖에 안되었느냐?” 그렇게 내 양심이 손가락질해도, 그것에 개의치 않고, 그냥 있어야할 그 자리를 지키며 그렇게 흔들리는 것. 그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굳센 생명, 연약함 속에 있는 강건함을 추구하며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며, 비록 부족하지만 아이들을 지키는 생명의 자리에서 뒤로 물러서지 않기 위해, 오늘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입니다. 그 삶의 아름다움이 우리 생애 가운데 가득하길 함께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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