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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갈까 말까 - 에세이 for 나리와 별나의 이야기/어린이도서연구회 2013. 11. 20. 10:26
<봄에는 화사하게 만발한 벚꽃을 , 여름에는 찢어질 듯한 매미소리를 선물해 준 청학>
'아이 참...이거 올라갈까 말까'
오산에 5년째 살고 있지만 청학도선관은 처음이다. 이름에서 풍기는 시골틱(?)한 이미지가 건물로 들어가는 순간, 이건 완전 '대~박!' 매번 중앙도서관만 다녀봐서 그런 지 이건 뭐 완전 구식이다. 몇 십년은 된 듯 한 건물에 , 건물보다 더 오래 된 듯 한 전시실. 게다가 쌩둥+어설픈 컴퓨터실까지 ...
하지만 '스마트' 라는 말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며 아직도 011, 2쥐 폰을 사랑하는 내게는 왠지 정이 가는 곳이다. 이런 곳을 구석구석 둘러 볼 수 있다니, 모임 시간보다 일찍 서두른 보람이 있다. 암튼 이 곳 4층에서 신입회원환영회를 한다는데 나는 지금 도서관 1층을 서성인다. 가게를 아르바이트 생에게 맡겨두고 일치감치 서두른 발걸음이다. 여기까지 나름 용기내어 오긴 했지만 막상 올라가기가 망설여 진다. 일단 모임 장소 옆에 있는 4층 휴게실로 조용히 침투(?)하는 것까진 성공. 그리곤 귀를 기울인다. 혹시나 나와 비슷한 거친 음성이 있지는 않을까. 권투장관을 낀 채 몰래 발레 연습을 지켜보던 Billy의 모습이 이랬던가? 일단 들어가서 남자 회원이 하나도 없으면 핸드폰을 귀에 대고 전화를 하는 척하며 자연스레 나올까? 아무렇지 않은 듯...별별 생각에 삐식 혼자 웃어 본다
그렇게 다른 누구의 추천이나 소개도 없이 그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참석한 4월의 신입회원 환영회.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가 되고, 나는 이 곳에서 낯설은 외톨이가 되었다. 그렇게 환영회가 시작이 되고 족히 스무 명은 넘어보이는 곳에 달랑 남자 혼자 인 것도 무안한데, 사회자 분께서는 icebreaking 으로 옆 사람과 손을 마주치는 이상한 게임을 시키기까지 한다. '으악!! 그냥 나가버릴까'
그렇게 진땀으로 시작된 나의 인연이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또 계단을 4층까지 오르내리며 흘려야 하는 비지땀이 되어 돌아왔다. 일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이 어려울 것을 뻔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가슴이 시키는 대로 이곳까지 와 버렸다. 3년 전 여름, 가슴을 따라 갔던 케냐의 그 곳 마냥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지금. 어느새 신입교육도서의 80% 가량을 읽어간 나. 아마도 최근 1년 동안 읽은 책이 내 평생 읽은 책 보다 더욱 의미 있을 거란 생각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5년 동안 재직했던 대기업을 뒤로 하고 자영업을 시작하면서 내 스스로 나의 내면과 마주칠 기회가 많았다. 그렇게 내 삶의 목적이 만들어 지고 지금 나의 하루하루는 그 길위에 있다.
이 곳에서 여러 이유로 모인 분들과 좋은 책을 읽으며 생각을 공유한다. 다른 어른의 생각을 들으며 , 특히나 엄마들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게 되고, 공감도 해 본다. 이 때문인가? 최근 아내와의 대화 시간도 예전에 비해 더 길어지고, 깊어진 것 같아 흐뭇하다.
나는 지금 마치 김남중 선생님의 소설 '불량한 자전거여행' 에서의 호진이 처럼 진정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것을 찾기 위해 '불량한 어도연 여행' 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짜릿한 일탈을 위해 자전거를 탄다
벚꽃이 만발했던 청학으로, 어도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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